팥 삶는 카페
#아주키
"아주키 = 팥"
카페 이름인 아주키는 일본어로 '팥'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하루 한 번 가게에 있는 큰 가마솥으로 앙금을 직접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에 들어서기 전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팥 앙금 냄새가 풍긴다.
팥은 문화적으로 재미있는 곡물이다.
우선, 팥에 대한 동서양의 시선이 다른데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잔치 음식으로 쓰는 등
긍정적 인식을 갖는 반면 서양에서는 '빨간 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죽하면 영어식 표현이 'Adzuki bean(아주키빈)'일까.
서양식 요리에서 쓰이는 팥은 샐러드, 스프의 첨가물 정도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디저트'의 필수 요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단팥빵이나 팥죽 등의 고전에서 최근의 '앙버터'까지 다양한 디저트 계보가 이어진다.
특히, 옛날 시장에는 새벽에 직접 팥 앙금을 만드는 집들이 있었기 때문에 팥 앙금 쑤는 냄새를 맡으면
어릴적 살았던 옛동네가 떠오른다.
따뜻한 조명과 고소한 앙금 냄새로 추억을 이끌어내는 카페 <아주키>를 소개한다.
화려한 간판들 사이에서 앙금향으로 은은한 존재감을 풍기는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매일 12:00 - 23:00
아주키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21
화이트와 우드톤이 만나 정갈하면서도 밋밋하지 않은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매장 한 켠은 바 형태의 테이블이 자리 잡았다.
바에 앉아 커피의 드립 과정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
물방울 소리나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은은한 조명과 식물들이 어울려 꼭 달빛을 받은 정원에 온 양 편안하다.
카페 곳곳에 놓인 식물들은 꽃가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길게 뻗은 가지에 옹기종기 달린 수수한 꽃들은 이곳의 분위기와 닮아 있다.
"아메리카노가 없는 카페"
바 형태의 테이블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주키의 커피는 모두 핸드 드립으로 만들어지기에,
‘아아메’ 대신 여러 종류의 블렌디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스팀형식으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와 다르게,
핸드 드립 커피는 바리스타의 드립 방식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드립 커피의 맛을 느낄 때면, 이 커피를 만든 사람과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시그니처가 시그니처인 이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앙버터.
앙증맞은 모양새에 목재 트레이가 더해져 더욱 정갈해 보인다.
로고가 새겨진 식빵 모양의 브리오슈와 그 속을 채운 앙금의 모습은, 아주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앙금은 매장 뒤 편 베이커리 랩에서 가마솥으로 직접 만든 것.
직접 쪄 포슬포슬한 식감이 기분 좋은 단맛을 남긴다.
줄어드는 빵을 보며 드는 아쉬움이 시그니처 메뉴임을 확인시켜준다.
P.S 오브코스의 시각
낭만과 들뜸이 교차하는 곳
이곳에 있는 내내,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이 떠올랐다.
달뜬 밤 유카타를 입은 생소한 모습으로 다 같이 들떠있던 그때처럼,
기억에 남을 순간이 또 하나 내게 생긴 기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카페는, 앙금과도 같은 매력이 있다.
무엇 하나 과하지 않고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곳,
팥 삶는 카페 <아주키>였다.
Editor. 이예림